Thoughts2016.06.26 16:28

시애틀에 와서 빡세게 산지도 어언 9개월이 지났다. 9개월이 지난 지금, 처음 시애틀에 왔을 때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을 꼽는다면 대충 다음과 같다. 


* 더 이상 영어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낯짝이 두꺼워졌다)

* 더 이상 모르는 것을 쪽팔려하지 않는다 (낯짝이 두꺼워졌다) 

* 더 이상 장애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낯짝이 두꺼워졌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나는 이 곳에서 적응 = 눈치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 - - 


시애틀에서 얻은 교훈 #1:


일단 열심히 하면, 상사(매니저)가 아무리 거지같고 성질이 더러워도 대체로 인정받는다. 


문제는 열심의 정의가 무엇이냐다. 사람마다 열심의 정의도 다르다. 


똑똑한 개발자는 보통 내 할일을 성심껏 시간내에 완수하기만 하면 열심을 다 한 것 아니냐, 내 책임을 완수한 것 아니냐 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유로운 조직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사람일수록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세상을 너무 쉽게 본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낙천적인 개발자와 관리자만 모여 사는 곳이 아니다. 


미국에 첨 건너와 영어도 어리버리할 것이 분명한 개발자라면 더더욱 그러면 곤란하다. 


계약된 직급이 높다면 더더욱 그러면 곤란하다. 


"쟤는 영어는 어리버리한데 일은 진짜 잘해."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비로소 팀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아니라면 아마 "어디서 저런 친구를 저 직급에 계약했나 몰라." 같은 평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개발자의 자부심이 큰 동네에서는 시기심의 그림자도 짙다. 


한번 동료로 인정받으면 인생이 편해지는 곳이 미국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무자비하게 까이는 곳도 미국이다. 


그러니 영어는 다만 스트레스의 일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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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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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

  1. 김태연

    BJ, 오랜만.
    글을 읽어보니 웬만큼 적응기간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드네.
    하긴 거짐 1년이라는 시간이면 BJ에겐 충분하겠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나도 기쁘고 언제 얼굴이나 한번 볼일 있으려나..

    2016.06.30 10: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이구 오랫만입니다. 형님 이메일주소나 전화번호좀 남겨주세요. 신박사가 제 지메일주소는 알고 있을거에요.

      2016.07.17 13:4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