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몇년 차? :: 2009/04/02 11:22



IBM 디벨로퍼웍스에 김창준씨의 새 글이 "당신은 몇년 차?"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 전체적으로 좋은 글이니 개발자로서 걸어야 하는 길에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 둘 것을 추천한다.

다만, 다음과 같은 예는 아마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요즘 1만 시간 법칙이 유행이다. 국내외에 여러 책에서 그 법칙을 언급하고 있다(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이 야기하는 오해에 대해 내가 블로그에 쓴 「1만 시간 법칙에 대한 오해」를 참고하라).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데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법칙으로 설명되고 있다.

자신이 IT 분야 종사자라면 그 법칙을 듣고 대부분 어림추산을 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 내 경력이 6년이고, 야근도 좀 해주고 했으니까, 대충 계산하면... 오호, 1만 시간 넘네. 아싸.’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 우리는 하루 세 번 3분씩 이를 닦는다. 대략 다섯 살부터 닦았을 것이고 죽기 전까지 닦을 것이다. 그런데 이 닦는 경력과 실력에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이 육칠십쯤 되면 도사 수준은 못되어도 준전문가 소리는 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나이 들었다고 이 잘 닦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칫솔에 특수 약품을 묻히고 이를 닦은 후에 어느 부위가 닦였는지 안 닦였는지를 확인하면 얼마나 제대로 이를 닦는지를 알 수 있는데 이 실력과 칫솔질 경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이 예는 '의도적 수련이 없으면 양치질 전문가가 될 수 없다'를 보이는 예가 아니라, '옆에서 잔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양치질 실력은 나아지지 않는다'의 예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의 양치질 실력은 부모가 잔소리를 해주는 나이까지는 나아지다가 그 뒤로는 나아지지 않는다. 일곱살 이후가 되면 양치질은 거의 혼자 해야 하는 활동이고, 결정적으로 양치질에는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동기'가 없다.

전문가를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다.

  • 동기
  • 의지
  • 소통
  • 시간

나의 지도교수는 지금 39세이다. 수영장에 아침 여섯시 부터 다니기 시작한지 거의 십년 가까이 되었다. 보통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고 나면 강사로부터 강습을 듣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분은 계속 강사의 강습을 들으면서 본인의 자세를 교정하고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는다. 덕분에 얼마 전에는 인명구조자격증까지 취득하였다. 수영에 관해서라면, 거의 '준 전문가'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수영을 잘 하고 싶다는 동기가 있었고, 강사의 조언을 듣겠다는 자세가 있었으며, 매일 아침 수영장에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덕분에 적절한 수련을 쌓아 준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결국 '의도적인 수련'이라는 것은 소통(communication)과 동기(motivation), 그리고 의지(will)의 합작품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잘 갖추고 10,000시간을 보내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교육받은 내용을 일에 적용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그 의지를 뒷받침해주는 동기가 있으면 충분하다. (10,000시간이 정확한 수치이냐 아니냐는 따지지 말자.)

김창준씨 스타일로 '의도적인 수련'을 강조하는 것은, '전문가가 못 되는 것은 다 네 탓'이라는 식으로 들릴 소지가 있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통을 통해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아무리 의도적인 수련을 해도 혼자서 삽질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을 수 있다. (단, 김창준씨 글을 찾아 읽을 정도의 성의가 있는 사람이면 '소통'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소통을 막는 장애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아집
  • 편견
  • 환경

아집/편견이야 잘 어울리는 한쌍이니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개발자들은 아마 자신이 일하는 환경의 문제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책 읽을 시간도 안주는 회사' '매일 야근만 시키는 회사'같은 투덜거림은 많은 개발자들이 환경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어쨌든 이런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전문가가 되기는 힘들고, 소소한 '자신만의' 개선에 만족하다가 그칠 가능성이 높다. (XP는 소통의 문제를 Pair Programming이라는 방법을 동원하여 해결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부분을 다 해결하고 10,000시간을 보냈다고 하자. 그러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다. '아웃라이어'라는 책에 '세계 최고'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모두가 세계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애시당초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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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art의 생각

    Tracked from heartsavior's me2DAY | 2009/05/14 16:18 | DEL

    당신은 몇년 차?(낭만고양이님) 결국 '의도적인 수련'이라는 것은 소통(communication)과 동기(motivation), 그리고 의지(will)의 합작품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잘 갖추고 10,000시간을 보내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 동기!! 의지!!

  • 김창준 | 2009/04/02 11:47 | PERMALINK | EDIT/DEL | REPLY

    > '의도적 수련이 없으면 양치질 전문가가 될 수 없다'를 보이는 예가 아니라

    제가 양치질 예를 든 것은, 그냥 어떤 작업에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해서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지 않는 비근한 예를 들고 싶어서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이빨이 많이 망가지게 되어서 의사가 잔소리를 합니다. 그런데도 이빨 닦는 퍼포먼스가 개선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동기나 의지가 생겨도 말이죠. 적절한 피드백도 받고 자신의 약점을 파악해서 그 부분을 상당 시간 연습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의도적 수련"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이런 개별적이고 추상적인 것들을 묶어서 쉽게 정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래서 의도적 수련이라는 통합적 개념이 유용한 것이죠.

    참고로 전문성 연구자들 중에는 의도적 수련이 nature 대 nurture의 논쟁에서 nurture 쪽에 무게중심을 옮겼지만, 도대체 왜 그런 동기가 흥미를 갖고 수련을 하는지, 그 부분은 nature로 봐야하지 않겠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쨌건 의지나 동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의도적 수련을 잘 하지 않겠죠.

    소통도 의도적 수련에서 중요시하는 "피드백"의 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그 행동에 대해 피드백(선생님이 주건 자기가 캣치하건)이 제대로 없으면 효과적인 의도적 수련으로 볼 수 없거든요.

    • 낭만고양이 | 2009/04/02 13:16 | PERMALINK | EDIT/DE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동기나 의지가 생긴다면 연습은 뒤따라 올 것으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연습하지 않는다면 의지라는 것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죠. 그런 사람은 개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의도적 수련이 유용한 통합적 개념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수련'의 의미가 너무 좁아지는 것은 경계하고 싶습니다.

      전문성 연구자들의 무게중심이 nurture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반인의 경우, 누군가가 '수련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는 '수련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추상적인 명제가 실질적인 행위로 이어지려면, 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련'이라는 행위가 필요로 하는 '피드백'이 '사적으로 이루어지는 무엇'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경계하고 싶은 것입니다.

      뭐 어쨌든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비슷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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