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09/05/16 01:18
쪽팔리는 이야기입니다만, 저에게는 아주 약간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대학교 1학년때까지는 대인 공포증을 앓았고 (이시형 교수의 책을 읽고 고쳤습니다) , 지금은 홧병을 앓고 있습니다. 아니, 좀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홧병은 아니겠군요. 분노를 통제하는 데 장애가 있다고 말하는 게 맞겠습니다.

어떤 책을 보면 분노는 자기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저의 경우에는 문제가 좀 다릅니다. 항상 사소한 것에서부터 분노가 시작되는데, 양상은 거의 일정합니다. 설명하기가 좀 뭐하니까 좀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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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태생적으로 게으른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게으르게 구는건 잘 못참습니다. 뻔히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인데, 해결을 거부한다거나 지체하기 시작하면 그 때 부터 화가 치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결국 목소리가 굉장히 커집니다. 심지어 회사에서 조차도 그렇습니다. ㅎㅎ 물론 제가 일하는 회사가 비교적 널널한 조직이어서 생존을 위협받는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만, 사실 '그런 사람을 좋게 봐 줄 동료'는 없다고 보는게 맞겠죠.

저는 모든 문제는 개선할 수 있다고 믿어 왔고, 또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어쩐지 이 분노 통제에 관한 문제 만큼은 그다지 개선이 잘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를 곰곰이 생각을 해 봤더니, 대략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1. 나라는 인간은 자기 현시욕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2.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을 잘 참지 못한다
3. 대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계속해서 비슷한 종류의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

아토피라는 질병은 '어떤 유해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발생하는 일종의 알러지 반응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정신에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비슷한 종류의 스트레스가 계속해서 작용하면 정신에 일종에 상흔이 남게 됩니다. 그 상흔이 아무리 잘 아물더라도, '그런 자극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은 머리에 계속해서 남습니다. 결국 나중에 비슷한 자극이 다시 가해지면, 본능적으로 그런 자극을 차단하려는 행동을 하게 될 텐데, 저의 경우에는 그게 바로 분노입니다.

가령 저는 위의 3번 문제를 굉장히 오랫 동안 겪었는데, 한 번도 그에 대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거나 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참았죠. 그러다 최근에 그 문제가 다시 1년간 반복되었습니다. 그것도 2번 스타일로요. 굉장히 지속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반복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누가 '한번 한 말을 또 하는' 별 것 아닌 실수만 해도 분노가 끓어오릅니다. 자기 현시욕이 강하다 보니, 분노가 끓어 오르기 시작하면 되는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표현을 해 대기도 합니다.

사실 오늘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보니까 내가 굉장히 흥분해 있는 겁니다. 물론 시작은 정말로 별 것 아닌 문제였죠.

* * *

대개 정신적인 병은 '그건 병'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 좋아집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대인 공포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사람 많은 곳엔 가질 못했고, 만약 가야 하면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저는 그게 그냥 제 성격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성격을 고쳐보려고 무던히 노력을 했습니다만 고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대인공포증이라는 이름의 질환이란 사실을 깨닫는 순간, 거짓말 같이 증세가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대인공포증이라는 건 원래 부끄러움으로부터 출발하는 질환인데, 부끄러움이 심해지면 내가 부끄러워 한다는 사실조차도 부끄러워집니다. 그러니, 자신을 더더욱 믿지 못하게 되고, 증세는 더욱 심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일단 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대인 공포증이나 감기나 별반 차이가 없어지게 되죠. 약만 먹으면 나을 수 있는 질환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런 치료법은 '문제를 타자화 하는 것'에 그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문제의 근원을 '나'로부터 찾으면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만 깊어진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 착안한다면,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인공포증과 비교해 본다면 이 쪽이 개선하기는 좀 더 어렵습니다. 대인 공포증은 혼자만의 질환에 가까운 반면,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 번 분노를 터뜨리면 거의 예외 없이 자기 모멸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게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거든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분노는 굉장히 자기 파괴적이죠.

아무튼, 이 문제를 개선할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을 좀 하고 있습니다. 오늘 '분노를 말로 토해놓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격해진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기 때문에, 딱히 중요한 말이 아니면 특별히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물론 그것 만으로는 좀 부족하겠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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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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