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17 :: 2009/05/19 17:14



[이전 글에서 계속..]

그렇게 해서 악몽같던 디버깅 행군도 끝나고, 그들이 만든 웹 사이트는 론칭되었습니다. 유식은 일주일 간의 휴가를 얻었으나, 그 기간 동안에도 납품한 회사에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편히 쉴 수는 없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 다시 회사에 출근해 자리에 앉자, 연구소장이 그를 불렀습니다.

"휴가는 어땠습니까?"

소장의 물음에 유식은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잠만 잤습니다. 깨어 있는 동안에는 전화를 받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했구요."

유식의 대답에 소장은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랬겠군요. 아무튼, 애썼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예상보다 훌륭해서, 이사님도 그렇고 저쪽 회사 분들도 그렇고, 모두들 유식씨 칭찬을 많이 하더군요. 자기 일처럼 몸바쳐 일해 주었다고요."

"제 일이었으니까요."

심드렁한 대답에도, 소장은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 직함 그대로 개발팀장을 계속 맡는 것은 어떻겠어요?"

"네...?"

"물론 팀장을 맡기에는 나이도 그렇고 걸리는 게 좀 있습니다만, 모두 유식씨의 능력과 책임감을 높이 사고 있어요. 이번 기회에 팀장이 되어 많은 경험을 쌓아 나가는 것도 좋으리라 보는데..."

유식은 잠시 생각했습니다. 많은 것이 그의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난데없이 떨어진 컨설팅 업무, 그리고 마치 나쁜 꿈처럼 순식간에 흘러가 버린 지난 몇 개월... 그는 잠시 눈을 감은 채로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그의 동료들과 때로는 싸우며, 때로는 같이 눈물 흘리며 매만졌던 그 많은 코드들이 흰 거품을 내며 부서지는 파도의 외침이 되어 그에게로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 파도의 소리를 들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소장님."

"네?"

"저, 이제 이 회사 그만 다닐까 합니다."

* * *

"김주임님?"

"..."

"김주임님?"

선화는 계속 묻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프로그래머가 되셨냐니까요?"

"아, 그게..."

유식은 잠애서 막 깨어난 듯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거리며 아무 대답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박시애 팀장이 다가왔습니다. 손에는 노트북과 마우스가 들려 있었습니다.

"지금 회의실로 모이세요."

그러자 유식이 물었습니다.

"무슨 회의인지..."

"오늘 우리 팀에 인사발령이 전부 끝났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새 인력 충원은 없을 것 같아요. 아직 정식으로 새로 오신 분들과 상견례가 없었는데요. 지금 합시다."

그러자 선화는 활짝 웃으며 물었습니다.

"그럼 오늘 회식하는 건가요?"

그러자 박팀장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글쎄요... 그건 모여서 이야기를 좀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어쨌든 갑시다. 314호에요."

박팀장은 그 말을 남기고 또각또각 굽 소리를 내며, 특유의 날랜 걸음으로 개발실을 빠져 나갔습니다. 개발실에는 다시,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 뿐인 일상적인 정적이 찾아왔습니다.

[1부 끝. 2부에서 다시 시작...]


짧고 더디기만 한 잡문 [프로그래머]의 1부가 끝났습니다. 짜증나는 글을 가끔 와서 읽어봐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변변한 글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손댔다가 솔직히 중간 중간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만, 뭐 가끔 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중간에 짜르고 날르지는 않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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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va6 | 2009/05/22 17: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2부 시작할때 각 인물에 대한 짧은 소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읽은때 한명...두명 정도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읽다가 많아지니
    이제는 누가 누군지 모르겠네요...ㅠㅠ
    (상견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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