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진로가 어디일지 고민이에요..."
그 말에, 나는 단 한번도 내 진로를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있었나? 때는 2000년. 벤처 광풍이 지구를 휩쓸던 때였다. 나는 박사과정을 때려 치우고 의자를 빙그르르 돌리는 것 만으로 사무실 안의 모든 집기를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 좁은, 한 벤처 회사의 JSP 프로그래머로 입사했다.
그 당시 내 진로를 좌지우지한 유일한 팩터는 돈이었다. 벤처는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가능성, 바로 그것을 상징하고 있었으니까.
친구가 말했다.
"넌 돈의 노예야..."
나는 그 친구가 꽤 정확하게 핵심을 찔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프로그래밍 이외의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태어난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하는 일들은 언제나 프로그래밍이라는 범주 안에 있었고, 잠깐 잠깐씩의 외도도 전부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헀다. 그냥 프로그래밍을 해서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어쩌다 보니 벤처는 그만두고 대전의 좋은 회사에 입사해서 아직도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다.
남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지만, 이 회사에서는 내가 프로그래밍을 꽤 잘 하는 축에 속한다. 왜? 다른 사람들은 프로그래밍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 나의 가치는 '희소성' 때문에 만들어 진 것이다.
"저는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할 까요?"
그 질문에 나는 한참 고민했고, 답을 하지 못했다.
진로를 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비전이다. 비전은 희소성에 의해서 만들어 지기도 하고, 희망이나 꿈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며, 어떤 댓가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 중 어떤 것이 자신의 비전이 되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당신의 진로를 어떻게 택했느냐는 질문에 별 고민없이 기쁘게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별 고민없이 답을 할 수는 있지만, 기쁘게 답할 수는 없는 사람이다. 그럼 나는 불행한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다가 지금 여기까지 흘러오긴 했지만, 그 귀결로 나를 즐겁게 하는 한 가지 일거리를 찾았고, 그 덕분에 하루 하루 성취감에 기꺼워 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비전이란 것은 항상 미래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십년 뒤의 나의 비전은 무엇인가? 이십년 뒤는? 삼십년 뒤는?
최근 10년간 나를 괴롭혀오던 한 가지 문제를 이제 거의 다 푼 것 같다. 저널 버전 페이퍼를 마무리하면, 이제 박사 졸업도 먼 미래의 일은 아니게 되었다. 교수님으로부터 고생했다, 다음 학기 졸업 준비하자는 말을 듣는 순간 왈칵 쏟아져 나오는 기쁨의 눈물은 정말 오랫만에 기뻐서 흘려본 눈물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나면 그 다음에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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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카추카,,,,드뎌, 박사님이 되시는구려...
2010/08/04 14:15 [ ADDR : EDIT/ DEL : REPLY ]난 요즘 새로운 질문이 생겨 이제 문젤 풀기 시작했는뎅... 부럽수다...
마무리를 잘 하면 곧 되겠죠...
2010/08/04 14:19 [ ADDR : EDIT/ DEL ]감사합니다. 연락 드려야되는데 바빠서 전화도 한번
못드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