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2/02/23 15:46
2011년 1월 21일 12:30

"12번의 삽질이라..."

대수가 중얼거렸다.

"왜요?"

유식이 물었다.

"만일 그 12라는 숫자가 정말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버그의 개수를 의미하는 거라면 말이에요..."

대수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 12라는 숫자가 정말 버그의 개수라면, 그것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시스템에 침입해서 버그를 심어놓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부에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적이 있다는 의미였다.

http://specialistic.wordpress.com/2011/12/18/kerberos-authorization/



그가 그런 걱정을 털어놓자, 시애가 말했다. 

"지나친 걱정 아닐까요? 이런 조그만 프로젝트에 그런 짓을 할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렇긴 한데, 세상은 넓고 사이코는 많은 법이니까요."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죽이고, 살리기도 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 모욕적인 댓글 몇 번 만으로도 사람들은 쉽게 이성을 잃었고, 감정적으로 생명을 내던졌다.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분노로 가득찬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에서는, 누구나 잠재적인 범죄자였다. 지금 내 곁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 가운데, 자신의 폭력성을 통제하지 못하는 자는 없으리라 감히 장담할 수 없었다.

"음.... 그라모 내가 범인일수도 있다, 그기네?"

허동수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너무 심각했나요?"

그리고 대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만일, 그러니까 만일에 말이에요."

조용히 노트북 키보드를 또각거리고만있던 선화가 입을 열었다.

"누군가가 악의적인 의도로 버그를 심었다면 말이에요."

선화는 진지했다. 유식은 재미있네, 하는 표정으로 선화의 말끝마다 가벼운 추임새를 넣기 시작했다.

"네, 그렇다면요?"

"그리고 그 악의적인 의도와 아까 그, 그러니까 헤라클레스 이야기가 관련이 있다면 말이죠."

"있다면?"

"재미삼아 한번 이렇게 해 보는건 어때요?"

재미삼아 뭔가를 따질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선화의 이야기는 흥미로왔다. 선화는 모처럼, 재기 발랄한 상상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노트북에 프로젝터를 연결하고는, 위키피디아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헤라클레스의 12업은 숫자 그대로, 전부 열두가지에요. 그 중 12번째의 업은, '케르베로스'라는 개를 생포해 오는 거였죠. 케르베로스는 머리가 셋 달린 개인데, 50개라는 속설도 있어요. 케르베로스의 역할은 '명계의 입구를 지키며 살아있는 사람의 출입을 막고, 지하세계에 들어온 영혼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이었죠. 케르베로스를 굴복시킨 대표적 영웅은 헤라클레스, 오르페우스의 두 명이 있어요. 다른 영웅들은 주로 먹을 것을 줘서 케르베로스의 주의를 돌린 반면, 오르페우스는 수금으로, 헤라클레스는 완력으로 이 개를 굴복시켰죠."

"헤라클레스 답네예."

허동수의 코멘트에 선화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녀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케르베로스를 영어로는 Kerberos, 또는 Cerberus라고 쓰는데, 공교롭게도 Kerberos는 보안과 관계된 인증 프로토콜의 이름이기도 해요."

"인증 프로토콜?"

대수가 묻자 이번에는 기수가 나섰다.

"그러니까, 사용자가 네트워크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지 검증하는 프로토콜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계속해 봐요 선화씨."

"저는 Kerberos가 보안 프로토콜의 이름이라는 것이, 뭔가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해요."

"왜죠?"

"우리가 지금 맞닥뜨린 문제의 시발점은, 보안 문제였으니까요. 서버가 뚫리고, 백업이 망가지고, 저장소의 소스코드가 날아갔어요. 우리가 적절한 보안 계획을 마련하고 이행하지 못했다는 뜻이죠. 우리가 최초로 발견한 버그는 상대적으로 찾기 쉬운 곳에 있었고, 거기 남겨진 숫자는 12였어요. 그러니..."

"그러니?"

"재미삼아, 한번 퍼즐을 맞춰 봤으면 해요."

그랬다. 그녀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한 축에 기댄, 퍼즐 맞추기를 제안하고 있었다. 모두들 눈을 빛내고 있었다.  실로, 재미있는 놀이감을 앞에 둔 어린아이의 그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되죠?"

시애가 물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선화도 몰랐다. 12개의 조각으로 구성된 퍼즐이었지만, 이제 그 첫 조각을 막 찾아낸 상태였다. 다른 11개의 조각을 어떤 순서로 찾아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순서로 끼워 맞춰 나가야 하는지, 선화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선화는, 노트북을 덮었다. 

"규칙은, 이제부터 찾아야할 것 같아요."

순간, 모두는 침묵에 빠졌다. 모두들, 퍼즐이 숨겨진 장소를 상상하느라 분주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채 일분이 지나기도 전에 그 침묵은 깨졌다. 침묵을 깬 사람은 대수였다. 

"일단 우리에게 주어진 실마리부터 시작해 보죠."

"그게 뭐죠?"

선화가 묻자 대수는 화이트보드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그가 보드에 적은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 12'

"우리가 봤던 주석이군요."

"그렇습니다. 12의 의미는 알아냈다고 치고, 네, 그냥 알아냈다고 칩시다, 어쨌든 그렇다 치고, 이 한 줄에서 우리가 그 의미를모르는게 뭐가 있죠?"

모두들 뚫어지게 화이트보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애가 입을 열었다.

"슬래시(slash)로군요. '/'"

"네. 그렇습니다. 바로 저 기호, 슬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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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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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렀다갑니다 벌써 5화로군요. 좋은하루되세요^^

    2012/02/23 16:25 [ ADDR : EDIT/ DEL : REPLY ]
  2. 지나가던 행인

    와... 이거 재밌네요!!

    2012/04/01 12:04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 요즘 바빠서. 곧 다시 연재하겠습니다.

      2012/04/03 09:5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