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 2007/12/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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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쓰게 된 이후로 필기구는 잘 쓰질 않습니다. 어쩌다 제 소유의 볼펜을 가지게 되는 일이 생겨도,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웬지 '만년필이 하나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파카 벡터 정도면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어디서 사는게 좋을지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공짜 만년필이 생겨버렸습니다.
이 만년필로 제일 처음 써 본 것이 제 이메일 주소라니! 어쩐지 좀 어이없긴 합니다. 보통 필기구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끄적거리기 위해서일 테지요. 하지만 저는 원하는 필기구를 갖고도, 키보드 앞에 앉아 이렇게 타이핑을 하고 있습니다. '원하던 필기구를 얻은 감상'을 써내려가기 위해서요. 예전같았으면 원고지에 만년필로 써내려가는 것이 '감상'이라는 단어에는 훨씬 더 걸맞았을테지요.
이 만년필로 제일 처음 써 본 것이 제 이메일 주소라니! 어쩐지 좀 어이없긴 합니다. 보통 필기구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끄적거리기 위해서일 테지요. 하지만 저는 원하는 필기구를 갖고도, 키보드 앞에 앉아 이렇게 타이핑을 하고 있습니다. '원하던 필기구를 얻은 감상'을 써내려가기 위해서요. 예전같았으면 원고지에 만년필로 써내려가는 것이 '감상'이라는 단어에는 훨씬 더 걸맞았을테지요.

이처럼, 실리와 효율을 중시하는 프로그래머들도 가끔 사치를 하긴 합니다(아. 그렇다고 제가 '실리와 효율을 중시하는' 프로그래머라는 뜻은 아니에요. 그냥 대체적인 경향이 그렇다는 것이죠). 고가의 키보드를 큰맘먹고 구입하고는 정작 코딩은 노트북에서 하기도 하고, 이렇게 평소에는 전혀 쓸 일이 없는 물건을 구입하기도 해요. 그런 물건들은 '내가 남들과는 좀 다른 관심사를 갖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쓰다듬고 있으면 흐뭇해지는 '애완동물'이기도 해요. 결국, 물건들에게서 위안을 얻는 셈이죠. 그럼으로써 팍팍한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푼달까요.
물론 이번에 제가 얻은 만년필은 '중국산 짝퉁 몽블랑'이라서 그렇게 확 느낌이 살지는 않는군요. -_- 그럼 왜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적었냐구요? 에... 그래도 잉크 값은 보통 필기구보다 비싸거든요. *쿨럭*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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