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시작하기로 했던 FIT 번역을 올해 초에 시작해서 오늘 밤에 출판사로 넘겼다. 당초에 약속했던 기한은 아마 두달가량 화끈하게 오바한듯... ㅎㅎ
약속은 중요한데 잘 지키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그 약속에 얽힌 당사자들에게는 항상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그 분들은 애써 태연하게 '괜찮습니다'라고 하는데, 그 말 뒤에 때로 이해 대신 짜증과 분노가 섞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돌이켜 보면 이런 저런 약속들을 참 많이도 어기며 살았다. 능력 부족 탓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고 (빈약한 기억력 탓에 놓친 약속만 해도 대체 몇 건인가) 내가 나쁜 인간이라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항상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게 된다. 이 지면(?)을 빌어, 필자가 깬 약속 때문에 열받았던 모든 분들에게 고개숙여 사죄드린다.
FIT과 관련해서 베타리더 몇 분에게 민망한 초고를 검토해 주십사 죄송한 부탁을 드렸다. 그 중 네 분 께서는 진작에 답을 주셨다. 역시 이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 하지만 다른 두분께서는 아직 아무런 답도 주고 계시지 않고 계신다. 그 두 분 께는, 이제 원고도 넘겨 버렸으니 부담은 털어버리시고 책의 출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주십사 말씀드리고 싶다.
5월에 처음 베타리딩 이라는 것을 해보며,
시행착으를 겪기도 했지만, 의미있는 경험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계속 해보고 싶다.
차차 어떻게 번역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할 것이며,
베타리딩이라는 것이 직접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트레이닝으로써 좋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시간내에 완수해야 한다는 적절한 긴장감과 어떻게 한국어로 표현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
어제 "프로그래밍 jQuery" (인사이트. 원제 jQuery in Action)를 완독했습니다. 개인 프로젝트로 시작한 웹 사이트 구축에 필요할까 해서요. 이 책을 읽으면서 존 레식의 "프로 자바스크립트 테크닉"을 띄엄띄엄 보기도 했는데, 자바스크립트라는 언어와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에 대해 새로운 것을 깨달은 느낌입니다.
"프로그래밍 jQuery"라는 책의 최대 강점은 굉장히 알기쉽게 쓰여져 있고, 예제가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예제 파일들이 하나로 패키징되어 있는데, 덕분에 예제를 참고하고 공부하기가 쉽습니다.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사람들이 쉽고 잘 짜여져 있는 예제에 목마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주 대단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다 설명까지 잘 되어 있으니, 금상첨화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 책이 갖는 그런 장점은 jQuery라는 라이브러리가 갖는 장점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도 합니다. jQuery 라이브러리는 일관된(consistent), 잘 조직되고(well-organized) 잘 짜여진(well-written) 라이브러리거든요. 사용법도 간단해서 (복잡하게 사용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겠지만 말입니다) 프로그래머가 신경쓸 일이 대폭 줄어듭니다.
jQuery가 오랫만에 만나는 잘 짜인 라이브러리라고 한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오랫만에 읽어보는, 모든 면에서 균형이 잘 잡힌 책입니다. 번역까지도요.
인사이트의 신간,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거야"는 부제가 보여주는 대로, "사용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유쾌한 통찰"에 관한 책입니다.
예전에, (그게 대학시절이니 십년도 더 넘은 일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프레스에서 출간된, 윈도우 프로그램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관한 책이었죠. 안타까운 것은, 그 책에서 프로그램의 사용성에 대한 쓸만한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일반적인 프로그래머들은 알지 못하는" 사용성에 대한 문제들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식견도 풍부히 접할 수 있지요. 어조가 좀 냉소적이긴 합니다만, 그게 큰 흠이 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시중에는 "개떡같은" 인터페이스를 가지고도 장사를 하는 "개떡같은" 프로그램들이 꽤 많거든요.
이 책의 백미는 "사용자는 웹 사이트를 사용하기 위해 로그인을 할 수 있다"는 단순한 스토리를 웹 사이트들이 어떻게 구현하고 있고, 그 결과물들이 보여주는 문제들로 어떤 것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로그인하는 것은 꽤나 간단한 절차인 것 같습니다만, 그 이면에는 사용성에 관한 문제들, 보안성에 관한 문제들, 정치적/경제적 문제들까지 꽤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들이 숨어 있습니다. 최선은 모든 사람들이 비밀번호를 웹 사이트별로 달리 관리하는 것이 되겠습니다만, 사람은 그렇게 많은 패스워드를 어떤 패턴 없이도 기억할 수 있을 만큼 부지런하지는 못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 패스워드"같은 솔루션이 등장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실패했습니다. 이 기술은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기술이 될 뻔 했습니다만,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공룡이 개인 정보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어보셔야겠습니다만, 저자는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는 해법은 "고객의 관점"에서 나와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고객은 소비자인데, 지금껏 소비자들은 거지같은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만큼은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해 왔습니다. 고객은 왕이라는 흔한 모토가 소프트웨어에서 만큼은 그다지 먹히지 못한 것이죠.
물론, 거지같은 소프트웨어를 내놓는 회사는 망합니다. 망하지 않더라도, 손해를 보긴 합니다. 소프트웨어라는 것은 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는데, 거지같은 소프트웨어는 그런 점에서 전혀 도움이 안되거든요. 그렇게 보면 "왜 우리가 굳이 소프트웨어의 사용성에 대해 불평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나올수 있겠습니다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사용성 면에서 거지같은 일군의 소프트웨어들 가운데 "그나마 나은" 하나를 골라 써야만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어떤 한 회사가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런 거지같은 인터페이스를 울며 겨자 먹기로 써야만 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라는 거대기업을 빈번히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마 그래서 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소프트웨어의 사용성을 개선한다는 행위는 고객과 생산자간의 단순한 피드백 고리를 넘어서는 모종의 경제적/정치적 투쟁으로까지 확대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거창한 해석에 넋놓고 있어서는 문제가 해결이 안되겠죠.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계몽입니다. 개발자를 계몽시켜야 하고, 사용자를 무시하는 기업을 계몽시켜야 하죠. 저자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냉소적이지만, 먹힐 것 같지 않습니까?
[전략] ... 따라서 다음번에 개떡같이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보면 잠시 멈추고 살펴보십시오. 잠시 가지고 놀면서 프로그램이 왜 마음에 안들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특정 부분을 콕 찍어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목적을 위해 있는 '부끄러움의 전당(Hall of shame)' 웹 사이트에 개떡같은 설계에 대한 글을 올리는 겁니다. 이 책의 웹 사이트인 www.whysoftwaresucks.com 이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에 메일을 보내 당신의 평가를 볼 수 있게 알려줍니다. 더 바보 같은 것을 찾아낼 수록, 그게 공개되는 것에 더 크게 당황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사용자가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번역서입니다만, 이 책의 번역은 IT 서적 답지 않게 유쾌합니다. 요령부득인 문장도 적은 편이고, 무엇보다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듭니다. 사용성에 대한 통찰을 가벼운 마음으로 얻고자 하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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